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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질병의 고통을 직면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담론과 상상력을 길어내는 청년들. 최근 책 <난치의 상상력>을 펴낸 안희제(오른쪽). <천장의 무늬>를 펴낸 이다울씨(왼쪽). 권호욱 선임기자
질병의 고통을 직면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담론과 상상력을 길어내는 청년들. 최근 책 <난치의 상상력>을 펴낸 안희제(오른쪽). <천장의 무늬>를 펴낸 이다울씨(왼쪽). 권호욱 선임기자

■나는 ‘아픈 몸과 함께’ 사는 세상을 원한다

‘아픈 청춘’ 이다울·안희제

고등학교 때 배드민턴 선수였다. 서울지하철 경복궁역에서 내려 평창동 집까지 40분씩 걷곤 했다. 답답하면 ‘느린 앞사람’을 앞질렀다.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을 겪으며 바뀌었다. 집에 배드민턴 라켓은 남아 있지 않다. 이젠 ‘느린 앞사람’이 되어 추월당한다. 25세 안희제(사진 오른쪽)의 이야기다.파워볼실시간

대안학교 시절, 가을마다 열리는 학교 씨름대회에서 승승장구했다. 자기 몸집의 두 배 되는 상대도 뒤집을 만큼 힘이 좋았다. 히말라야 트레킹도 거뜬히 해냈다. 원인불명의 통증을 만났다. 학교를 쉬고 아르바이트도 멈췄다. 지하철역 문손잡이조차 무겁게 느껴진다. 26세 이다울(왼쪽)의 삶이다.

청춘은 쇠라도 씹어 삼켜야 한다. ‘아픈 청춘’은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형용모순으로 들린다. 현실에선 더하다. 2등 시민으로 간주된다. 젊은이들은 그래서 질병을, 아픔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안희제와 이다울은 달랐다. “답답하고 억울해서”(안) “혼란스럽고 불안해서”(이) 질병의 고통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결과물을 모아 <난치의 상상력>(안)과 <천장의 무늬>(이)를 펴냈다. ‘아픈 청춘’으로 살고자 결심한 안희제는 “좀 느리고 아파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건강한 몸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건강 중심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내길” 바랐다. 이다울은 “모두의 아픔이 보다 자세히 말해졌으면 좋겠다. 엄살이라는 말이 우리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적고 말하고 듣는 일이 원활해졌으면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시대, 많은 이들이 아프다. 아프지 않은 사람들도 공포와 불안에 짓눌려 있다. 코로나19는 마땅히 싸워야 할 대상이다. 가능하다면 퇴치·박멸해야 한다. 하지만 퇴치도 박멸도 불가능한 만성질환을 가진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통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들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100% 건강한 사람은 없다. 누구든, 언제든 환자가 될 수 있다.

지난 23일 서울 신도림동에서 안희제·이다울을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두 사람은 몸의 고통을 직면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상상력을 길어내고 있다.

이다울(왼쪽)은 질병으로 ‘납작해진’ 몸을 구해내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안희제는 김원영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고 “말이 쏟아져 나오는 경험”을 했다. 당시 쓴 서평이 글쓰기의 출발이다. 두 사람이 지난 23일 서울 신도림동에서 걷고 있다.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권호욱 선임기자
이다울(왼쪽)은 질병으로 ‘납작해진’ 몸을 구해내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안희제는 김원영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고 “말이 쏟아져 나오는 경험”을 했다. 당시 쓴 서평이 글쓰기의 출발이다. 두 사람이 지난 23일 서울 신도림동에서 걷고 있다.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권호욱 선임기자

■“젊은 사람이 왜 아파?” 세상은 엄살이란 말에 중독돼 있어

힘이라면 장사였던 26세 이다울과
배드민턴 선수였던 25세 안희제,
둘은 각각 통증의 일상을 책으로 엮는 등
아픔에 대한 인식과 상상력을 넓히고 있다

이다울은 대안교육공간에서 청소년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 안희제는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에 칼럼을 쓰고 있다. 공통점도 있다. 8학기째(이), 5학기째(안) 휴학 중인 대학생이다. 두 사람을 만나기 전, 스스로 점검했다. 뭘 조심해야 할까,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장해제됐다. 담담하고 솔직했다. 비관도 낙관도 없었다.파워볼사이트

– 언제부터, 어떤 질병을 갖고 있나요.

이 = 2016년부터 머리, 목, 턱 어깨, 등에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많이 아플 때는 사람들 말이 잘 안 들릴 정도였어요. 턱이 안 벌어져서 양치도 힘들었고요. 목디스크인가 싶어 정형외과 가서 X레이를 찍었지만 디스크는 아니었습니다. 물리치료 받고, 체외충격파·도수치료도 받았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요. 의사들도 이상하다고 할 정도였어요. 답답한 마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증상을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류마티스내과에 가보라고 권하더군요. 통증이 시작된 뒤 2년 후 류마티스내과에서 ‘섬유근육통’ 진단을 받고 통증 치료하는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우울감이 커져서 2017년부터 항우울제·항불안제를 복용하기 시작했고, 2019년에는 양극성장애 진단을 받아 약을 먹었어요. 모두 (정확한 병명이 아니라) ‘추정’ 진단입니다.

안 = 2014년 재수할 때인데 엉덩이 근처에 종기 비슷한 게 났어요, 제가 원래 아픈 걸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잘 참는 타입입니다. 맹장염으로 인한 통증도 참다가 복막염이 됐을 정도예요. 그러다 보니 종기가 너무 커져서 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 재수술해야 한다기에 대장항문 전문 병원에 갔습니다. 그러곤 크론병 진단을 받았지요. ‘펜타사’라는 약을 먹었는데 부작용으로 호흡곤란을 겪었습니다. 이후 약 종류를 많이 바꿔서, 얼마나 많이 바꿨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입니다. 지금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면역력을 정상치보다 좀 낮게 유지하는 게 저한테는 건강한 상태예요.

– 지금은 어떤 상태입니까.

이 = 초반보다는 덜 힘들지만, 통증이 없던 삶은 잘 기억나지 않는….

안 = 저도 개운한 삶이 기억이 안 납니다. 잠을 잘 못 자요. 영어에 ‘페인솜니아(Pain+insomnia·고통+불면증)’란 말이 있습니다. 그 단어를 보는 순간 감이 바로 오더라고요. 통증 강도를 1~10으로 나누잖아요. 그런데 ‘파이(π·원주율)만큼 아프다’는 말이 있어요. 파이가 3.14159…하면서 소수점 이하가 끝없이 계속되잖아요. 견딜 만한데 끝나지는 않는 고통을 말합니다. 제가 그런 상태예요.

이 = 파이만큼 아프다, 그런 용어가 유통되면 좋겠어요.

안희제가 쓴 책 <난치의 상상력>(왼쪽)과 이다울의 <천장의 무늬>.
안희제가 쓴 책 <난치의 상상력>(왼쪽)과 이다울의 <천장의 무늬>.

이다울은 책 <천장의 무늬>에 썼다. “정확히 똑같은 아픔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각자 개별적으로 고유한 아픔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 ‘질병은 노인의 것’ ‘청년과 건강은 동의어’로 간주되곤 합니다. 청년으로서 자신의 질병을 말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나요.파워볼게임

이 = ‘젊은 사람이 왜 그래?’라는 말이 듣기에 편치 않았어요. 젊은 내가 왜 그런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제 몸과 질병이 모두 납작해지고 단순해지는데, 그걸 구해내고 싶었어요. 계속 아프다 보니, (제 상황을) 차트에 담긴 질환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원인이나 이유를 모르니까 혼란스러웠고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불안이 많이 찾아들었습니다. 아픈 원인을 모르니까 상태가 나아져도 왜 나아졌는지, 류마티스내과 약을 먹어서 나아진 건지, 생리가 끝나서 그런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혼란스러운 과정을 잘 관찰해서 담아보자, 그게 환자나 질병을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이 될 거로 생각했습니다.

– 질병을 드러내는 데 대한 불안감은 없었습니까.

이 = 있었어요. 이 이야기를 했을 때 나를 직업적으로 안 써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 아픈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건 아닌가 싶은 불안감…. 그럼에도 말 안 하면 못 버티겠더라고요.

안희제도 공감했다. “답답하고 억울해서요!”

안 = 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할 때 자꾸 지각하고, 화장실을 들락거렸어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데,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안 읽는 책 버리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모두 남학생만 뽑았어요. 사실 저보다 잘할 여학생이 많은데 말이죠. 건강한 남자인 줄 알고 뽑아놨을 테니 더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끝까지 얘기 안 하고 버티다가, 왼팔에 염증이 생겨서 그만둬야 했습니다. 팔에 힘이 안 들어가니까요. 제 잘못도 아닌데, 억울해서 말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네이버 블로그에 한두 줄짜리 메모를 남기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아픈 사람들이 쓴 책이나 글을 보게 되면서 ‘내가 아픈 이야기도 말할 만한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다’ 싶어 공개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 SNS라는 공간에 대해 자기를 과시하거나 불행을 전시한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다정한 공간이기도 한 거예요. 트위터에 누군가가 ‘어떤 증상 때문에 힘들다. 방법이 없느냐’는 트윗을 남기자 따뜻한 멘션들이 달리는 걸 봤어요. 아픈 사람들의 유대를 느끼며 ‘반짝반짝 빛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글쓰기는 트위터에서 시작한 건가요.

이 = 네. 상기된 마음으로 ‘내 통증에 대하여’란 제목의 글을 한페이지 반 분량으로 써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올렸어요. 메일이나 메시지로 응답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화가 난 상태였거든요. ‘세상은 엄살이란 말에 중독돼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무슨 뜻입니까.

이 = 아픈데도 병명을 못 찾을 때 엄살 아니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심지어 스스로도 ‘내가 정말로 아픈 게 맞나?’ 의심하기도 했어요.

안 = 공감해요. 전 크론병 환자로서 상태가 괜찮은 쪽입니다. 정말 안 좋은 분들은 누워서 링거만 맞기도 하거든요. 저는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저 보고 잘 돌아다닌다고 하는데, 사실 그 사람들은 제가 잘 돌아다닐 때 모습만 보는 것이거든요. 집에서 쉬며 힘을 모아서 밖에 나가고 제 생활은 반쯤 누워 있는 건데 말이죠.

■통증 없는 개운한 삶 기억나지 않지만 ‘아픈 몸’도 삶이에요

머리·목·턱에 통증을 느낀 지 2년,
섬유근육통 진단받은 이다울…
세상이 비장애인·건강한 사람 중심인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젠 몸으로 알게 돼

크론병 진단받은 안희제,
내 잘못도 아닌데 억울해서 질병을 말하기 시작…
걷는 게 힘들어진 뒤로는 추월당하는 노인의 마음을 떠올려

질병을 만나기 전 이다울과 안희제는 운동을 잘하고 좋아했다. 이다울은 여덟 살 때 동네 훌라후프대회에서 우승해 농산물 상품권을 탔다. 열한 살 때는 철봉 매달리기의 일인자였다. 안희제는 아마추어 배드민턴 선수였다. 서울시 대표로 활약했다.

– 아프기 전후의 삶이 많이 달랐을 듯합니다. 어떤 혼란과 고뇌를 겪었는지, 세상을 보는 시각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이 = 버티는 종목을 잘했어요. 승부욕도 강했고요. 아프고 나선 너무 힘들었죠. 일단은 활동 공간이 달라지니까요. 대학에서 공부하는 걸 좋아했는데 못 다니게 되고, 지속적 알바도 못 하게 됐어요. 대중교통을 긴 시간 타기 어려워서, 자주 가던 영화관이나 전시장에 못 가는 게 제일 속상하죠. 지하철역 문손잡이는 왜 이렇게 무거운지 모르겠어요. 바람이 불면 더하거든요. 전보다 노인의 몸짓이나 이야기에 눈길이 가요. 최근엔 갖고 싶은 게 생겼어요. 끌고 다니는 캐리어형 장바구니요. 책이 무거워서 전자책을 들고 다니는데, 사야겠다 싶어요. 노인들 보면서 아픈 몸으로 사는 방법에 힌트를 얻는 느낌입니다. 세상이 비장애인 중심, 건강한 사람 중심인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젠 몸으로 알게 된 거죠.

안 = 걷는 걸 좋아했는데, 아픈 뒤론 힘들어졌습니다. 재수할 때 점심 저녁 시간에 친구들이 축구나 농구 하면 끼지 못하고, 밥도 함께 못 먹었어요. 어쩔 수 없이 학원과 가까운 주택단지를 산책하곤 했지요. 그 동네 지리를 다 외울 지경이 됐습니다. 상실감이 컸어요. 배드민턴 라켓을 오래 안 쓸 때는 줄을 빼놓는 게 관행인데 처음에는 그걸 안 했어요. ‘곧 다시 치게 될 거야’ 하면서요. 그러다 결국 가위로 잘랐지요. 이제는 부러진 라켓 하나 빼고는 없어요. 다 빌려줬거든요. 원래 빨리 걸어서 앞사람들을 추월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 길을 막던 느린 사람이 됐어요. 추월당할 때, 기분이 묘합니다. 나한테 추월당할 때 노인의 마음이 어땠을까. 내가 원래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던 속도가 사실 얼마나 빨랐나 싶어요.

이다울의 친구인 작가 이슬아는 경향신문 칼럼에 썼다. “(내가) 이다울 작가가 투병 과정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고 하자, 이 작가는 나의 표현을 부드럽고 확실하게 정정해주었다. 자신은 투병(鬪病)이 아니라 치병(治病)을 하고 있다고. 병과 싸우는 게 아니라 병을 다스리는 것에 가깝다고.”

이다울(왼쪽)은 질병을 다스리며 살아가는 치병(治病)을 삶의 방식으로 택했다. 안희제는 “질병이 있다고 관계나 제도에서 배제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카데미 회의실에서 촬영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이다울(왼쪽)은 질병을 다스리며 살아가는 치병(治病)을 삶의 방식으로 택했다. 안희제는 “질병이 있다고 관계나 제도에서 배제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카데미 회의실에서 촬영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난 투병 아닌 치병을 선택…연결감 느끼는 게 가장 힘이 돼

– 병을 다스리는 것은 어떤 작업인가요. 싸우는 것과는 또 어떻게 다릅니까.

이 = 통증이 사라지면 제일 좋겠지요. 하지만 사라질 수 없다면, 계속 치료받을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안의 질병과 싸운다고 하면, 제 아픈 몸을 부정하고, 질병과 몸을 분리하고, 정상적인 몸과 비정상적인 몸을 분리하는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아픈 몸을 갖고 사는 방법이 뭘까, 아픈 몸을 갖고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언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너무 아플 때는 ‘(저 질병을) 패고 싶다’는 공격성이 생기기도 하지만요.

– ‘아픈 몸과 함께’ 살아가는 데 가장 힘이 되는 건 뭔가요.

이 = 세상에 접근할 수 없는 게 많아지니까. 관계에 있어 아쉬움이 컸어요. 그런데 요즘 ‘줌’ 같은 화상채팅이 보편적으로 쓰이잖아요. 친구들이랑 이번 달부터 매일 만나고 있어요. 밤 9시면 접속해서 각자 할 일을 합니다. 글을 쓰거나 읽거나. 카페에서 각자 공부하는 것처럼요. 뭔가 하다 고개를 돌리면 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이 상쇄됩니다. 글을 쓰면 피드백도 주고받고요. 요새 그게 제일 큰 기쁨이에요. 연결감이라는 감각이 대단히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안 = 지난해 가을부터 식물을 기르고 있어요. 레몬 먹다 씨앗 심고 마늘, 바질, 파슬리도 심고요. 1년쯤 데리고 살다 보니까, 지금 쟤한테 물을 줘야 하는지 안 줘야 하는지 감이 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조리개 들고 가 살펴보고, 쟤가 꽃을 피웠네 살피지요. 루틴을 만들어주니 안정감이 생깁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속도에 비하면 식물이 느리잖아요. 느린 생명체들이랑 같이 살아가는 게 좋아요. 저도 느리니까요.

이 = 전 유기묘를 입양한 지 1년 조금 넘었어요. 처음에는 소통이 안 될까 봐 겁이 났습니다. 얘가 원하는 걸 내가 모르면 어떡하지? 아까 (안희제씨가) 루틴을 만들어준다고 했는데, 고양이가 온 후부터 매일 규칙적으로 해야 할 일이 생기니까…. 물 채워주고, 먹이 채워주고, 똥 치우고. 하루 세 번 놀아주고 하니까, 저를 움직이게 합니다. 무엇보다, 존재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러워요.

– 글쓰기는 두 분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안 = 사실 많이 읽지도 많이 쓰지도 않았어요. 경제학과로 입학해서 문화인류학과로 옮긴다고 할 때, 어머니가 ‘말도 안 된다. 너같이 읽지도 쓰지도 않는 애가 무슨 문화인류학이냐’ 하실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정말 좋아하는 책(김원영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고 너무 좋아서 한 시간 만에 서평을 썼습니다. 말이 그냥 쏟아져 나왔어요. 그 글로 사계절 서평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부모님이 놀라셨죠. 크론병 환우회에 가면 ‘나으실 거예요’라든가 식단 이야기 같은 게 주류예요. 그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는 유일한 도구가 글쓰기라서, 계속 쓰는 것 같습니다.

이 = 글쓰기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취미이자 유희인 것 같아요. 공간 제약이 없고, 준비물도 많이 필요하지 않고요. 무엇보다 글이라는 것이 아주 평범한 것도 특별한 걸로 만들고, 아주 특별한 것도 평범한 걸로 만들고, 아주 익숙한 것도 낯선 걸로 만들고, 아주 낯선 것도 아주 익숙한 걸로 만든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이야기가 무엇이든, 제가 가공하고 편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습니다.

– 만성질환 환자로서, 타인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점이 있지요.

안 = 음식을 가려 먹는다고 까다롭게 봅니다. 만남도 그렇고요. 제 상태를 제가 예측하지 못하니까 언제 만날지 확신할 수 없거든요. 언제 볼까 하면 자신 있게 대답을 못합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나하고 친해질 생각이 별로 없나 보다’ 싶은 분위기를 풍겨요.

이 = 저도 비슷해요. 친구들한테 거절할 때, 오해할까 봐 스스로 마음이 쓰입니다.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워서 SNS에 글을 쓰게 된 측면도 있어요.

아픈 사람을 분리·배제하는 건강중심적 공동체 바꿔야

–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픈’ 사람을 대할 때 유의했으면 하는 건 뭔가요.

안 = 딱 한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의심하지 마세요!’ 못 나갈 만해서 못 나가는 거고, 당일 취소할 만해서 취소하는 거고. 꾀부린다고 넘겨짚지 마세요. 타인의 몸을 의심할 권리란 없습니다.

이 = 완전 동의!(웃음)

안희제는 <난치의 상상력>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코로나19 참사’로 규정한다. 그는 기저질환자의 사망을 단순히 안타깝거나 아쉬운 일로 여겨선 안 된다고 봤다.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 사례를 예로 들며, 건강한 몸의 안전만을 보장하는 불평등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감염의 원인을 질병으로 축소하는 것은 ‘오직 건강만을 수호하는’ 건강중심주의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참사를 개인화하며, 구조를 감추는 ‘기저질환’이라는 단어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 건강중심주의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요.

안 = 이 사회는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건강해야 하고, 건강에서 벗어난 사람은 어떻게든 건강한 상태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건강중심주의적 공동체는 아픈 사람을 자책하고 움츠러들게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배려하기보다, 언제든 사람을 추방할 수 있는 공동체입니다. 낫지 않는 아픈 사람들, 즉 만성 난치질환 환자들이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서만 모두가 생존할 수 있습니다.”

– 100% 건강한 사람은 없습니다. 크든 작든 어딘가 아픈 사람이 다수일 겁니다. 이 다수를 위한 공동체는 어떻게 만들 수 있습니까.

안 =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아프면 ‘낫고 돌아오라’고 합니다. 아프면 분리되는 게 전제인 거죠. 이 전제를 바꿔야 합니다. 낫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어요. ‘낫지 않더라도 돌아와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즉 직장 다니고 공부하면서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질병이 있다고 해서 관계나 제도에서 배제되고, 기회를 박탈당해선 안 됩니다. 과도한 보호주의·분리주의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 = 질병을 두고 ‘특정한 사람들에게 운 나쁘게 생기는 일’이라는 인식이 여전합니다. 어떤 분이 저한테 이런 말씀을 했어요. ‘난 살면서 아파본 적이 한번도 없어.’ 그러곤 ‘잔병치레는 했고, 깁스는 해봤고…’ 하는 겁니다. 질병·환자·아픔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협소하고 고정돼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잔병치레만 하는 ‘건강한 사람’이고, ‘아픈 사람’은 딴 세상 사람으로 분류하는 거죠. 아픔에 대한 인식과 상상력이 넓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어딘가 아픈 사람들이니까요.

이다울·안희제의 책은 나란히 2쇄를 찍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두 사람 다 몸과 아픔과 질병에 대해 계속 말하고자 한다. 이다울은 발칙한 꿈도 꾼다. 침대 위에서의 낭독회다. “참여자들이 잠옷 바람이어도, 문장을 몇 줄 읽을 수 없어도, 반려견이 짖어도 계속되는” 그런 낭독회 말이다. 안희제는 두 번째 책 원고를 넘긴 상태라고 했다. 아픈 사람이 식물을 기르는 이야기를 썼다.

두 사람과 헤어진 후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말은 얼마나 상투적인가. 또 얼마나 무신경한 것이었나.

김민아 선임기자 makim@kyunghyang.comⓒ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성 자체가 부적절” “불법성 단정 못해”
윤석열 총장 공개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체로 부정적
“공소유지 목적 외 사용 따져봐야” 위법성엔 의견 갈려

[경향신문]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 부부장검사, 평검사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 정지와 징계 청구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각각 낸 가운데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의 검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 부부장검사, 평검사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 정지와 징계 청구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각각 낸 가운데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의 검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 사찰 의혹의 근거가 되고 있는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해 판사들은 대체로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A판사는 27일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보면 미행을 한 것이 아니라 세평을 모아서 리스트를 만든 것”이라며 “검사가 판사를 사찰하고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 훼손, 헌정 문란”이라고 말했다. 한 사법기관 최고위 인사는 대검 측이 법조인대관에서 검색할 수 있는 공개된 정보를 활용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해명을 두고 “법조인대관에는 ‘누가 누구의 처제이다’ ‘물의야기 법관이다’ 같은 내용은 안 나오지 않느냐”고 했다. 한 수도권 지방법원 C판사는 “검찰이 적법한 권한과 절차 안에서 작성한 문서도 아니고 부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건의 불법성 여부를 두고는 견해가 엇갈렸다. 법무부는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검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수도권 지방법원 E판사는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는 재판 가면 무죄”라며 “징계 사유로도 약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검찰이 사법농단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처럼 뒤지듯 수사하면 무조건 기소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수도권 지방법원 F판사도 “왜 검사가 세평을 모으냐는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G판사는 “현재 상황에서는 아주 큰 위법 사안은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며 “도청, 미행, 계좌추적 이런 것들이 위법한데 법조인대관, 공판검사의 말에서 정보를 수집했다면 위법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강제수사를 통해 불법성을 따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D판사는 “강제수사가 착수된 이상 문건이 (판사에 대한) 수사자료로 전환될 가능성은 없었는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소유지 목적이었다면 공판검사가 작성했어야 하는데, 수사권을 가진 대검이 정보를 수집한 게 문제”라며 “사법농단 사건 역시 인사권을 가진 법원행정처가 정보를 수집해 문제가 됐다”고 했다. 또 “검찰이 수사권을 통해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판사들이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사법농단 사건 재판부의 한 판사 세평에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이라고 적힌 점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자료를 활용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점이 (수사에서) 밝혀진다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했다.

G판사는“어느 판사가 무죄를 선고하면 이 판사가 우리법연구회여서 그렇다는 식으로 검사가 판사 비난을 기자들을 통해서 하지 않느냐”며 “이런 상황에 문건이 이용됐다면 위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D판사는 “검찰이 공소유지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법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되면서 법원도 검찰 말을 그대로 신뢰하지 않게 됐다”며 “검사도 판사가 법을 넓게 해석하느냐, 좁게 해석하느냐 등 성향을 분석해야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대검에 판결 연구관 같은 보직을 만들어판사의 사생활 같은 약점이 아니라 판사 생각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F판사는 “미국은 연방 법관들의 신상, 주요 판결 등이 인터넷에 공개돼 있다”며 “판사들은 항상 평가받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했다.

유설희·정희완·허진무 기자 sorry@kyunghyang.comⓒ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22/뉴스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22/뉴스1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무배제를 지시하고 징계를 검토하면서 검찰 내 반발이 거세다.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검찰총장으로 임명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지지를 받아온 인물이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과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떠올린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채 전 총장은 당시 정부 측 인사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한 언론사 보도에 의해 채 전 총장의 혼외자식 의혹이 불거졌고 이때를 기다린 듯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감찰을 지시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마치 채 전 총장을 저격한 듯 일사천리에 이뤄졌고 결국 채 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이를 두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박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결국… 끝내… 독하게 매듭을 짓는군요. 무섭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때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가 바로 윤 총장이었다. 윤 총장은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증언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은 윤 총장에게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더럽고 치사해도 버텨 달라”고 부탁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윤석열 찍어내기로 청와대와 법무부장관의 의중은 명백히 드러났다”면서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검사는 어떻게든 자른다는 것, 무엇을 겁내는지 새삼 알겠다”며 윤 총장 지지에 동참한 바 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윤 총장이 채 전 총장의 위치에서 사퇴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 24일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를 지시한 뒤 곧바로 징계 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윤 총장에게 끝까지 버텨달라고, 형과 같다며 지지를 표명했던 여당 인사들과 문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의 이런 조치에도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채 전 총장은 2016년 한 언론사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했다. “눈치가 없었다. 자기(박 대통령)만 빼고 법대로였다. 검찰을 하수인으로 만든 권력자들과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권력에 빌붙은 일부 정치검사들, 그러다가 이 지경까지 된 것이 아닌가 싶다”임찬영 기자 chan02@mt.co.kr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단양·영월·화성·충주까지 확산..제천서만 24명 확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인천 확진자에게서 시작된 충북 제천의 김장모임 관련 감염 확산이 인근 단양과 강원도 영월, 경기도 화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뉴스1 DB).2020.11.27/©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인천 확진자에게서 시작된 충북 제천의 김장모임 관련 감염 확산이 인근 단양과 강원도 영월, 경기도 화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뉴스1 DB).2020.11.27/© News1

(제천=뉴스1) 엄기찬 기자,조영석 기자 = 인천 확진자로부터 시작된 충북 제천의 김장모임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인근 단양과 강원 영월, 경기 화성까지 번지고 있다.

27일 제천시에 따르면 지난 25일 제천 김장모임 관련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이날까지 모두 24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이날 하루 발생한 12명 말고도 7명이 재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추가 확진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제천 김장모임을 연결 고리로 하는 감염 확산은 지난 13~14일 전국 각지에 있던 일가친척 8명이 제천에 모여 함께 김장하면서 시작됐다.

이 김장모임에 참석했던 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연쇄 감염이 폭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장모임에 인천 확진자 2명이 참석했던 것이다.

단양에서는 김장모임 관련 확진자와 접촉한 초등교사가 감염돼 학생과 교직원 추가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천 김장모임 관련 2차 감염 확진자 1명은 직장(어린이집)이 강원도 영월에 있어 이곳 주민 7명이 전날 무더기로 확진됐다.

경기 화성에서도 제천 친정집 김장모임에 참석한 여성과 그의 아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들의 접촉자 검사도 진행 중이다.

충주에서는 김장모임 관련 확진자 1명이 지난 21일 이곳 요양보호사교육원에서 수업을 받은 것이 확인돼 접촉자 파악 등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제천에서도 김장모임 관련 요양시설 종사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비롯해 모임 관련 확진자 12명이 추가로 쏟아졌다.

이처럼 제천 김장모임 관련 확진자가 지역 내는 물론 전국 각지로 확산하면서 제천시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민은 “처음 확진자가 발생한 뒤 제천시에서 확진자 동선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식당 등지에서 접촉한 사람들이 감염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천 김장모임 관련 확진자는 인천 확진자와 함께 김장한 뒤 일가친척 4명이 지난 25일 확진된 데 이어 이들의 가족, 접촉자, 접촉자의 접촉자로 전파되면서 24명이 확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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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효능 논란에 추가 임상시험 결정
개발 지연 유력..백신 기다렸던 한국은 ‘난감’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 로이터 연합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 로이터 연합

‘국내 1호 접종 백신’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위기에 처했다. 뒤늦게 공개한 임상시험 결과에서 여러 실수가 포착되면서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추가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해 신뢰성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백신 확보에 난항을 겪게 됐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은 연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5일(현지 시각)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개한 데이터의 오류와 일련의 불규칙성, 누락이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아스트라제네카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복용량에 따라 면역 효과가 다른 이유를 규명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 중인 백신의 3상 임상시험 결과 평균 면역 효과가 70%라고 발표했다. 백신의 1회분 정량을 한 달 간격으로 2회 온전히 투여한 경우 면역 효과가 62%였지만, 1차 접종 때 정량의 절반만 투여하고 2차 접종 때 정량을 투여한 경우 효과가 90%까지 증가했다면서다.

문제는 의도적으로 복용량을 다르게 투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시험 대상 간 복용량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연구진의 실수 때문이었다고 시인했다. 애초에 임상 실험 단계에서 백신의 복용량을 절반만 투여해 효능을 측정하도록 고안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아울러 정량의 절반만 투여 받은 임상시험 참가자 중 55세 이상 고령층이 없었다는 점도 뒤늦게 드러났다. 또한 임상 시험 대상자 가운데 몇 명이 백신을 투여 받거나 가짜약을 맞았는지에 대한 핵심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비판이 일었다.

“추가 시험하겠다”…백신 개발 지연 예상, 한국은?

이에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추가 임상 시험을 통해 백신의 신뢰성을 높이기로 했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CEO(최고경영자)는 2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더 나은 효과를 보이는 방식을 발견한 만큼 이를 입증해야 한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가 임상시험이 진행되면 백신 개발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회분 가격이 3~4달러 수준으로 다른 백신보다 싼 데다 보관 온도도 섭씨 2~8도로 높아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백신 개발 지연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개발을 기다렸던 일부 국가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품목 허가 신청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시험 자료를 검토해왔다. 국내 업체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위탁생산을 맡아 물량을 유리하게 확보할 수 있는 여건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이에 이르면 3월 안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국내에 시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개발 지연에 따라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한편 방역당국은 이르면 12월 초 국내에 공급할 코로나19 백신 종류와 물량을 공개할 예정이다. 백신의 국제 공급을 위한 기구를 통해 1000만 명 분, 개별 기업 협상을 통해 2000만 명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필요한 만큼의 백신을 제때 확보한다는 정부 목표는 명확하다”고 강조하며 백신 확보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을 경계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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